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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⑧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히에로니무스 보슈 '쾌락의 정원'


예술적 상상력과 신비에 싸인 인물


에로니무 보슈(Hieronymus Bosch) '엘 보스코'라는 이름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으며, 본명은 히에로니무스 반 아켄(Hieronymus van Aken)이다. 또 다른 알려진 이름인 '보슈'는 그가 태어난 도시 스헤르토헨보스(‘S-Hertogen bosch)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도시 이름은 프랑스어로 ‘수리 부엉이의 숲’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그의 그림 속에도 부엉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름조차도 예술적 상상력과 연결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서명을 작품에 넣지 않았고 작품 기록들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서 그의 정확한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몇 가지 기록에 1450년~1516년 출생과 사망이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단지 추정에 불과하다.



16세기 히에로니무스 보쉬 초상화 (작가 미상)      출처 : Wikimedia Commons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작품 세계


히에로니무스 보슈는 독특하고 상징적인 작품 세계로 유명한 15세기 네덜란드 화가이다. 초기 네덜란드파의 대표 주자라고 하는 '플랑드르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의 작품들은 종교적 주제, 도덕적 교훈,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죄악을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을 당시 스페인 왕 필리페 2세가 네덜란드에서 구입하여 스페인 왕실에 보관했을 때도 그림의 제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쾌락의 정원', 혹은 '세속의 쾌락의 정원'이라고 자연스럽게 불리게 되었다. 정작 보슈는 아마 다른 제목을 염두에 두고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기묘한 동물들    출처 : Wikimedia Commons

그의 삶은 매우 조용하고 평범했지만, 그림 속에서는 상상도 못할 기묘한 환상과 괴물,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그려냈다. 실제로 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신비에 싸인 인물로 남아 있다.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보슈의 기괴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장면은 충격적인 큰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노스캐롤라이나 헤르토겐 보쉬에 있는 그의 청동 조각상     출처 : Wikimedia Commons

 

쾌락의 정원 그림은 사전 공부가 없다면 정말 의아한 고갯짓만 하다가 발걸음을 옮길 확률이 100%일 것이다. 마치 ‘윌리를 찾아라’처럼 수많은 사람이 엉켜 있는 이 작품은 알고 보게 되면 가장 재미있고 계속해서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보슈의 대표작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그림 속에는 괴상한 동물, 기묘한 기계, 인간과 동물의 합성체 등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미술사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죄와 쾌락에 대한 경고로 보기도 하고, 인간 욕망의 자유로운 찬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마치 암호 해독 게임 같다는 평가도 있다.


세 폭 제단화(triptych) 형식으로 제작된 작품


세 폭 제단화(triptych) 형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세 개의 독립된 패널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의 패널은 주제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첫 번째로, 양쪽으로 닫힌 패널은 ‘창조 셋째 날의 지구’를 묘사하고 있다. 이 회색조의 그림은 창조 직후, 방대한 물로 뒤덮인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패널 상단에는 "그가 말씀하시매 이루어졌으며 명령하시매 견고히 섰도다(시편 33:9)의 말씀이 적혀 있다. 


패널을 닫으면 나타나는 표지의 모습    출처 : Wikimedia Commons  


하나님은 왼쪽 위에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 세상을 다스리는 모습을 그렸다. 색채가 없는 엄격한 회색조로 처리된 이 그림은, 안쪽 패널들의 화려한 색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세상이 아직 순수하고 죄가 들어오기 전의 상태를 상징한다. 이 패널은 세상의 창조와 순수함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간이 타락하기 전의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쾌락의 정원 3폭 제단화   출처 : Wikimedia Commons


패널을 펼쳤을 때, 왼쪽 패널은 에덴 동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아담과 이브가 창조된 순수한 상태를 보여준다. 이 패널에서, 에덴 동산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나타내며, 인간이 처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순수한 인간이 처음 창조된 순간의 평화로움과 조화를 강조한다.


쾌락의 정원 중앙 패널     출처 : Wikimedia Commons


중앙 패널은 이 작품의 제목인 ‘쾌락의 정원’을 묘사하고 있으며, 인간의 쾌락과 욕망에 굴복하는 모습을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 채운다. 수많은 벌거벗은 인물들이 다양한 쾌락을 추구하며 탐닉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인물들은 세속적인 욕망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그들 주위로 등장하는 기괴한 동물과 환상적인 생물들은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면모를 강조한다.

특히 이 생물들은 의도적으로 과도한 욕망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이 이들을 통해 무절제한 욕망의 위험성을 상기하도록 유도한다. 보슈는 상상력의 극치를 달리며, 이 생물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미치는 결과를 시각적으로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옥 패널, 보쉬의 자화상이 테이블 바로 아래 중앙에 있다고 추측     출처 : wikipedia

오른쪽 패널에서는 지옥의 끔찍한 모습을 묘사하며, 죄를 지은 인간들이 고통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패널은 악마와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하여 공포와 고통을 일으키는 장면을 그린다. 중앙 패널에서 보여진 쾌락의 결과가 어떻게 고통과 처벌로 이어지는지, 이 패널을 통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고문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이 고문 장치들은 보슈의 상상력에 의해 기괴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 상상력의 범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 고문 장치들은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는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참혹한 상황들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이 세 폭 제단화는 인간의 원죄, 쾌락의 위험성, 그리고 죄악의 결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슈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자칫 도덕적 한계를 넘어설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 그림을 단순히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30분 이상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함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일으킬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쾌락과 욕망의 끝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처벌과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슈의 독특한 방식은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심오한 사유를 요구한다.


그림이 있는 곳: 프라도 미술관 (Museo Nacional del Prado)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필자에게 프라도 미술관은 마드리드에서 1번 관광지이다. 마드리드 거주자들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끔씩 스페인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을 능가할 만한 관광지가 없는 것 같다.

이곳은 스페인 왕실 컬렉션을 기반으로 설립되었고, 12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의 스페인 미술, 특히 스페인 황금시대 미술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럽 미술의 손꼽을 만한 걸작들도 다수 소장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앞, 벨라스케스의 동상이 서 있다.    출처 : wikipedia


프라도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박물관 직원들은 국제 연맹의 촉구로 353점의 명화와 168점의 습작, 그리고 귀중한 보물을 발렌시아, 지로나, 마지막에는 스위스 제네바까지 옮겨 전시품을 보호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를 거쳐 야간 열차로 이동했으며,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이 ‘예술 대피’는 프라도 미술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여겨진다.



미술관 소장 작품을 연도별로 볼 수 있는 타임라인 페이지     출처 : www.museodelprado.es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의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며 벨라스케스, 고야 등의 명작을 수없이 따라 그렸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에는 그가 프라도의 작품을 모사한 습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도 파리 만국박람회,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거쳐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었으나 1992년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로 옮겨졌다. 이처럼 프라도 미술관은 피카소의 예술적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쾌락의 정원]은 그 기괴한 이미지와 상징적 메시지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간 욕망의 본질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 그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주는 교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프라도 미술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쾌락의 정원] 소개


미술 읽어드립니다 [쾌락의 정원]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