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031-645-9191

에덴 미디어

컬처
2025-06-29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⑩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얀 반 에이크, [재상 니콜라 롤랭과 성모자], 루브르 박물관


얀 반 에이크 (Jan van Eyck, ca. 1390–1441)는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에서 활동했던 르네상스 초기의 북유럽 대표 화가이다. 1390년경 플랑드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출생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유화 기법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화가로 종종 유화 기법의 창시자로 불린다.



얀 반 에이크의 대표 자화상 [붉은 터번을 쓴 남자의 초상(1433)], 출처 : wikepedia.com


그가 유화를 발명했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화 기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는 유화를 통해 플랑드르 회화의 특징인 세밀한 사실적 묘사를 극대화하였다. 빛과 색채를 사용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도 찬사를 받았다.



  아르놀피니의 초상(1434)    출처 : wikipedia.com


그의 대표작인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아르놀피니의 초상"은 당시 플랑드르의 생활과 의상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또 다른 대표작인 "헨트 제단화"는 대규모 종교화 작품으로 엄청난 디테일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Medieval Flanders Town Scene (중세 플랑드르 도시 풍경)    출처 : wikipedia.com 


얀 반 에이크는 작품에 항상 자신의 서명과 모토인 "Als Ich Kan"을 남겼는데, 이는 그리스 문자로 "내가 할 수 있는 한"이라는 뜻이다. 위의 자화상 액자 프레임에도 글로 새기고, 하단에는 라틴어로 서명과 날짜를 넣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화가였으며 서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 있게 드러냈다. 그의 세밀화 소묘 기법은 돋보기로 관찰할 정도로 섬세하며, 이는 당시 과학적 관찰과 맞닿아 있던 르네상스 정신을 반영한다.


소개할 루브르의 "재상 니콜라 롤랭과 성모자" 작품 앞에는 도슨트들이 관람객에게 돋보기를 사용해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그림 옆에 커다란 돋보기가 끈에 달려 있을 정도다. 직접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고는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작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


부르고뉴 공국의 고위 재상이었던 니콜라 롤랭 (Nicolas Rolin, 1376–1462)은 자신의 아들이 오텅 대성당 추기경으로 추대된 것을 기념하여 얀 반 에이크에게 이 그림을 주문하였다. 이 작품은 오텅의 노트르담 뒤 샤스텔 교회 내의 가족 예배당에 전시되었다.


대부분의 봉헌 작품에서는 성모자나 예수를 중앙에 두고, 발 아래나 문 바깥에 봉헌자를 작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그림에서 롤랭은 성모자와 마주 앉아 예수의 축복을 받는 인물로 당당히 그려져 있다. 이러한 구도가 롤랭의 의도인지, 화가의 창작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롤랭의 얼굴은 마치 의심 섞인 시선으로 성모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 위쪽에서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부분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Madonna and Chancellor Rolin, Oil on panel, c. 1435. 66cm x 62cm. Musée du Louvre, Paris

출처 : wikipedia.com


그림 중앙에는 강물 위에 놓인 다리가 있고, 강 좌측에는 넓은 포도밭이 보인다. 이 포도밭은 롤랭의 실제 소유지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당시 부르고뉴 공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돋보기를 통해 그림을 보면 길을 걷는 사람이나 포도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디테일한 묘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가장 가까운 다리 위에는 몇몇 인물이 등지고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중 붉은 모자를 쓴 인물이 얀 반 에이크의 자화상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흥미롭게도 그의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그림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터번을 두른 남자의 초상"이다.



디테일한 천사의 모습    출처 : wikipedia.com


그림에서 롤랭의 뒤편에 위치한 강 좌측은 인간의 영역, 재력의 상징, 롤랭의 구역으로 해석되며, 성모자의 뒤편 강 우측은 신의 성스러운 영역으로 대비된다. 66×62cm 크기의 비교적 작은 그림이지만, 돋보기를 들이대면 무한히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이 존재한다. 롤랭의 얼굴은 오른쪽 턱의 수염 자국, 목의 정맥까지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머리카락을 민 모습은 다소 이상해 보이지만 정성 들여 그려졌다. 그의 비단 옷은 권력과 자부심을 드러내며, 두 손은 얼굴에 비해 작게 그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그림은 롤랭 사후, 오텅 대성당으로 이전되었다가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품이 있는 곳: 루브르 박물관 (Musée du Louvre)


루브르 박물관은 1793년 일반인에게 개방되었고, 이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루브르 중앙광장 쿠르 카레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구조물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 (Ieoh Ming Pei, 1917–2019)가 설계하였으며, 1989년 3월 29일 일반에 공개되었다. 당시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에펠탑 건립 당시와 비슷한 반대 여론이 있었고, 루브르 안뜰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루브르의 대표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출처 : wikipedia.com


루브르의 인기 작품 베스트 3는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이다. 유리 피라미드가 등장한 이후, 니케 여신상이 4위로 밀려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루브르에는 여러 입구가 있지만, 입장객의 약 3분의 2는 유리 피라미드를 통해 입장한다. 주 전시관은 리슐리외(Richelieu)관, 쉴리(Sully)관, 드농(Denon)관으로 ‘ㄷ’자 형태로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은 반지하, 1층, 2층을 오가며 회화와 조각을 관람할 수 있다. 회화는 주로 드농관 1층, 쉴리관 및 리슐리외관 2층에, 조각은 드농관과 리슐리외관에 전시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이 시간을 활용하면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관광객에게는 시간이 빠듯해 도전이 될 수 있다. 줄이 길기 때문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는 것이 좋다.


또한 2025년 7월 14일에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맞아 하루 종일 무료 개방된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기념하는 날로, 이 날은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관람 기회 중 하나이다. 많은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겠지만, 하루 종일 루브르의 대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