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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⑤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Las Meninas)"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자화상(1640) 출처 : Wikipedia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황금시대의 대표 화가로, 스페인 국왕 필리페 4세의 궁정 화가였다.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를 1656년에 그렸으며, 당시 그는 궁정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뛰어난 사실주의와 빛, 원근법에 능한 화가로 명성을 쌓고 있었다. 그는 루벤스, 램브란트와 함께 바로코 시대를 끌고 나간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그는 수많은 화가들에게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숭배를 받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 이노첸시우스 10세의 초상화(Portrait of Innocent X, 1650)
141cm X 119cm, Oil on canvas
출처 : Wikipedia
필자는 시녀들과 함께 그의 교황 이노첸시우스 10세의 초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초상화는 스페인이 아닌 이탈리아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에 가야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그림 역시 그의 추종자들이 수없이 따라 그리고 변주를 주어가며 벨라스케스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
이 그림은 마드리드 왕궁(알카사르)에서 한 장면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의 중심에는 국왕 필리프 4세와 왕비 마리안나의 어린 딸인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다층적인 원근법과 관람자, 화가, 주인공 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내는 기묘한 공간감이다.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은빛 드레스를 입고 중앙에 서 있으며, 수행원들로 둘러싸여 있다. 두 명의 시녀(메니나)가 그녀를 보살피고 있다. 난쟁이와 어린 소년이 옆에 서 있고 한 마리의 큰 개가 아래쪽에서 조용히 누워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 시녀들(Las Meninas, 1656)
320.3cm X 279.1cm, Oil on canvas
출처 : 프라도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마치 화가인 벨라스케스의 거대한 자화상으로 볼 수 있는 이 그림에서 과연 벨라스케스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혹시 마르가리타 테레스 공주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었을까? 그는 캔버스 앞에서 붓과 팔레트를 들고 관람자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출처 : 프라도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캡쳐
뒷 배경에는 문간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빛을 받으며 등장하며, 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공간 건너 세계를 암시한다. 배경의 거울에는 공주의 아버지인 펠리페 4세와 어머니 마리아라의 모습이 비치는데, 벨라스케스가 그리고 있는 대상일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자 그러면 이 그림에서 관객인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공주와 뒤쪽에 서있는 왕과 왕비 사이라면 내가 그림에 나와야 할 판이고 왕과 왕비 뒤쪽이라면 거울에 나도 비춰 나와야 할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 벨라스케스 이젤에 그려진 그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수많은 사람들의 기발한 해석들이 있다. 그러나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벨라스케스는 그림에 대해 별 다른 멘트를 남긴 적이 없고, 심지어 자신은 이 그림에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시녀들이라는 제목은 그림이 완성되고 근 200년 뒤 프라도 미술관이 이 그림을 소장하게 되면서 붙인 제목이다. 그저 자신이 산티아고 기사단에 기사로 선발된 것을 기념한 거대한 자화상인가? 하고 필자도 한번 상상해 본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그리타 공주의 초상화 출처 : Wikipedia
벨라스케스는 마르그리타 공주의 탄생부터 자라나는 모습을 모두 관찰했고 공주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남동생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레오폴트 1세에게로 결혼이 결정되어 3-4년에 한 번씩 귀여운 마르그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서 오스트리아 황실에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러 출장을 다니곤 했다.안타까운 것은 공주가 21세의 나이에 6번의 임신과 유산 그리고 사산으로 사망한 것이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다른 초상화들은 모두 빈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가 재해석한 58개의 작품 중 하나 출처 : 피카소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이 그림은 수많은 화가들의 공부거리 작품이었고 파블로 피카소는 라스 메니나스를 재해석하여 58개의 작품을 제작했으며, 살바도르 달리와 프랜시스 베이컨 등 다른 현대 화가들도 이 작품을 참고하여 새로운 해석으로 그림을 그렸다. 구글에 시녀들이라는 검색어로 찾아보면 정말 다양한 라스 메니나스의 변주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출처 : 프라도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15세기 이후 스페인 왕실이 직접 수집한 예술 작품들이 메인으로 전시되어 있다. 1819년 개관했으며 중세부터 19세기까지의 유럽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원래 자연사 박물관으로 계획되었지만, 스페인 왕실이 예술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으로 방향을 바꿨다. 약 1천3백 점 정도 그림을 전시하고 있으며 매년 2백만 명 이상이 찾는 스페인에서는 가장 방문객이 많은 미술관이다.
폐장이 평일 10시 인 것이 흥미로운데 스페인 사람들은 밤 10시면 밖에서 먹고 즐기는 시간이다. 어린아이들이 축구공을 가지고 나와 소리 지르며 공놀이를 시작한다. 낮에 2시간씩 자는 시아스타가 그 원인일까?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을 배웠던 마네도 열심히 출석하며 공부했던 프라도는 주로 자국 미술 중심의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 미술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만 26세의 학생 여행객이고 국제학생증과 자신의 나이를 증명할 여권만 가지고 있다면 이 거대한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매일 폐관하기 2시간 전부터 무료로 개방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작품의 위치를 미리 체크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morebyless
이 시간대에 아주 길게 늘어선 줄이 바로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웨이팅 줄이다. 벨라스케즈의 동상이 정문(후문 쪽은 고야의 동상) 앞에서 반겨주는 프라도 미술관은 마드리드 시내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미술관 정원도 무척 아름다워 쉬어가기도, 사진 찍기도 참 좋다.
프라도 미술관 소개 영상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벨라스케스 <시녀들>의 해석 속 섬뜩한 비밀 [미술 읽어드립니다 EP.02]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