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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에세이
2022-06-23

1인가구가 마주하는 죽음의 문제들



죽음에 이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떤 면에서 개인에게 다가오는 죽음이란 둘로 나뉘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 그의 죽음을 돌봐 주거나, 아니거나. 우리의 사회의 죽음 가운데 고독사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에디터. 황은비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만 해도 한국에서 1인가구는 전체가구의 27.2% 정도였다.하지만 2022년 현재 1인가구 비중은 40%를 훌쩍 넘어섰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가구의 고독사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미디어는 고독사 당사자가 질병, 알콜중독, 우울증 같은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가족관계의 단절이나, 실업, 빈곤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고독사 당사자의 개인적 사인(死因)을 파악하는 방식만으로는 고독사라는 ‘사회적 죽음’의 의미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

모든 인간은 개별 육체를 지닌 생물학적 존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죽음도 죽음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겪는 사회적 경험이다. 죽음을 맞는 사람은 죽는 순간에도 주변인들을 걱정하며, 가족과 지인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 것이 아니라도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 사회, 그리고 인간 경험 Death, Society, and Human Experience』의 저자 카스텐바움Kastenbaum은 인간의 죽음을 단지 개인의 ‘생체의학적 상태(bio-medical state)’의 종결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반대했다. 그는 죽음을 죽음의 당사자인 개별 인간, 개인을 둘러싼 시공간,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과 타인을 포함한 사회적 죽음체계(societal death system)가 함께 겪는 경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카스텐바움은 인간의 죽음 경험을 당사자가 겪는 ‘임종(dying)’과 ‘사망(death)’만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기억되는 ‘죽음 이후(after-death)’까지 이르는 사건으로 확장해서 해석했다.




물리적으로 홀로 맞는 죽음인 고독사도 사회적 경험인 것은 마찬가지다. 비록 죽음의 순간을 함께 지킨 사람은 없지만, 타인인 우리들은 미디어를 통해 고독사한 사람의 소식을 접하고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고독사를 경험하고 있다. 필자는 그간 간과됐던 고독사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기 위해, 고독사의 대표적 위험집단으로 꼽히는 1인 가구 22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자기의 죽음을 어떻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식하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1인가구가 혼자 살기 때문에, 나중에 나이가 들어 혼자 아프거나 혼자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봐 걱정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인터뷰에 참여했던 1인가구 중에 거의 대다수인 20명이 가장 염려했던 지점은 죽어가는 과정도 죽는 순간도 아닌, 바로 ‘죽음 이후(after-death)’의 상황이었다. 사실 죽기 전에 겪는 병고는 1인가구만의 특수한 경험도 아니며, 병원에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1인가구에게 죽음 이후는 그야말로 통제 불가능의 상황이다. 보통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해줄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후는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죽음 이후에 나를 거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굉장한 두려움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인가구가 공포를 느끼는 고독한 죽음은 혼자 죽는 사건을 넘어 죽은 다음에 홀로 발견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어떤 면에서 죽음 이후는 의식할 수 없기에 본인이 직접 맞닥뜨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1인가구들이 죽기 전에 겪을 아픔보다 죽은 다음에 자기 모습이 타인들에게 부정적으로 회자될까봐 더 걱정스러워 했다. 자기 죽음을 타인의 시선 속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고독사 관련 기사들은 ‘악취’, 땟자국’, ‘구더기’, ‘부패한 시신’과 같이 매우 부정적인 언어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인터뷰에 참여했던 1인가구들은 고독사 현장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사를 보면서, 자신도 사후에 이러한 부정적 시선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했다. 비록 죽은 다음이라도 추한 모습으로 타인에게 비춰지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면접에 참여한 1인가구들은 죽은 후 부패한 모습이 아니라, 죽었을 때 깨끗하게 바로 발견되기를 소원하고 있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혹시 모를 고독사에 대비해 매일 집안을 치워놓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1인가구가 바라는 고독사 대책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에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죽음이다. 이를 위해 먼저 1인가구들은 죽음 이전에 자신이 살아온 생애를 반추하면서 미리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길 바랐다. 흔히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자손들이 다 잘 사는 것을 보고 죽는 죽음, 부모 노릇하고 맞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여겨왔다. 살면서 고인이 가족에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다 하고, 그 결실인 자손을 남기는 죽음을 호상으로 간주해온 것이다. 이러한 고인의 발자취를 가족들이 의미화하고 기리는 애도(mourning)의 과정은 한 인간의 죽음을 예우하는 중요한 의례였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1인가구는 자신의 지난 삶과 죽음을 의미화하고 애도해줄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본 연구에 참여한 1인가구들은 적어도 죽기 전에 자기 삶을 반추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인터뷰 참여자들은 1인가구가 자신의 삶을 의미화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 팀장으로 열심히 일해온 한 참여자는 죽기 전에 가족으로부터 “당신 좋은 남편이었어, 당신 좋은 엄마였어”라는 말을 들을 수 없겠지만, 사회로부터 “당신 좋은 사회구성원이었어”라는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자기 생애에 대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면, 외롭고 힘들었어도 무의미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수행해왔던 애도의 과정을 사회가 함께해 줌으로써 자기의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다.


두 번째 1인가구들이 바라는 고독사 대책은 죽은 후 남겨질 흔적과 자취를 잘 정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인가구들이 원하는 죽음 이후의 정리란, 단순히 시체를 처리하는 기능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더해 물건이나 재산처럼 자신이 뒤에 남기고 간 흔적들을 잘 마무리해주기를 바랐다. 통장, 유품, 반려동물, 유산을 뜻에 따라 정리해주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정부는 1인가구가 증가로 고독사가 빈번해지자 무연고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업무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독사 사후 대책은 시신처리와 유품폐기와 같은 기계적 처분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고잉 솔로 Going Solo』의 저자 클리넨버그Klinenberg가 관찰했듯이, 함께 사는 사람이 없는 1인가구 중에는 집안 물건들이나 반려동물, 반려식물들을 매우 소중하게 다루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이처럼 애착이 있는 유품들을 폐기물로 취급해 그대로 버리기보다는, 누군가가 신경을 써 조금은 의미 있게 정리해주길 바랐다.




이처럼 1인가구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죽음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죽음 또한 잘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더불어, 1인가구들은 죽음 이전에 자신이 사회적인 역할을 잘 마무리했다는 애도와 함께, 죽음 이후에 자신의 흔적들이 잘 정리되어서, 타인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은 본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1인가구들에게 매우 절실해서 이를 위한 공공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도 지불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같은 발견은 현재 개인 중심의 고독사 대책을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고독사 방지 대책으로 노인·장애인 1인가구를 위한 응급알림안전서비스를 지원하거나, 무연고자 공공장례와 빈곤 사각지대 발굴사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가족이 없는 1인가구들이 죽음을 맞는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애도하고, 죽음 이후에는 이들의 삶의 흔적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필요하다. 1인가구의 삶과 죽음을 사회가 존엄하게 여긴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이 1인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본질적 해법인 것이다.


김수영 서울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관심분야는 미래사회가 맞이할 주요변화인 디지털화와 개인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개인화의 한 현상으로 1인가구의 증가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수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