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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에세이
2021-08-17

장례지도사가 마주하는 이야기들



안식과 장례.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이별과 상실을 동반하는 그 과정이 마냥 평안할 수만은 없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의 안식, 치유와 위안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누구보다 그 현장 가까이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청년 장례지도사 유종희 씨가 그 과정에서 만나고 느낀 죽음의 준비와 상실 치유에 대해 전해왔다.


장례지도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들

장례지도사가 된 후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질문하는 이들이 많다.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먼저 떠나 보내면서 장례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죽음과 장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장례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고인과 가족을 잇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례지도사가 되고, ‘꽃잠’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 시니어 장례지도사들과도 함께 일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장례지도사로서 만나게 되는 상황이나 사연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선,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장례 산업 현장에서도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 19가 미친 영향는 삶 뿐만 아니라, 죽음에 관해서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작은 장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방역 지침에 의해 장례식에도 50인 이상 잘 모이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은 규모의 장례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이전부터 가족끼리 조용하게 작은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던 차에 오히려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작은 장례의 확신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된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자택이나, 요양시설에서 돌아가셔도 바로 장례식장으로 모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 절차가 됐기 때문이다. 한 번은 목사님 한 분이 문의를 해오신 적이 있다. 성도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장례를 할 수 없게 됐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코로나 결과가 양성일 때는 장례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꽃잠에서도 진행이 어려웠다. 고민하다 보니 예전에 해외에서 화장하신 분을 국내로 모셔와 추모식을 치른 생각이 났다. 조심스레 화장을 마친 후 추모식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권해드렸다.


죽음과 상실에 대비하는 사람들

장례를 준비하는 분들과 상담하고, 함께 식을 치르는 것은 이 일에 소명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예로, 상담을 할 때 ‘어느 분의 장례를 준비 중이신지요?’라고 질문을 하는데, 종종 자신의 장례를 위해 왔다고 답하는 분들이 있다. 한 고객은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잘 진행될 수 있게 정해두고 싶어 꽃잠에 도움을 구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장례 주관은 누님께서 하실 거라며, 이 통화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대화 말미의 말씀이다. 이후 장례는 그 뜻에 따라 누님의 주관 하에 치러졌다.

어린 아들의 장례 이후 힘들어 하던 부모님이 진행한 추모식도 기억이 난다. 아이를 위한 전시와 영상, 추모 테이블 등을 하나 하나 함께 만들어 나갔다. 생전 아름다웠던 모습을 함께 기억하는 시간, 가족들만의 작은 추모식이 되었다. 이렇게 여러 기억들이 쌓이면서 장례와 그 과정에 함께하다 보면 더욱더 이 일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지니는 깊은 의미를 알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




앞서 말한 부모님의 경우처럼 장례는 끝나더라도 남은 가족들의 슬픔은 끝이 아니다. 충분한 상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꽃잠에서는 상실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하여 ‘그리프케어워크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꽃잠의 운영 초창기 부터 매월 빠짐없이 진행된 상실 치유 프로그램이다. 쭉 오프라인으로 진행해 왔고, 코로나 때문에 잠시 중단하였다가 지난 7월부터는 ‘비대면 그리프 케어 워크숍’으로 재개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대면 여부에 상관 없이 상실 이후 치유의 시간을 갖고 싶어 했던 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마음을 나눠 가면서 의미 있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것은 상실 치유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새 도전이었고, 이를 통해 장례와 추모, 상실 치유의 문화도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미리 준비하면서 깨닫는 것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여러 생각을 나누다 보면, 삶의 유한성에 대해 깨우치게 된다. 이는 무엇보다 삶에 더욱 집중하고 겸손하도록 만들어 준다. 죽음은 예견된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며, 죽음 그 자체는 어떤 색도 지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어떤 색으로 채울 지는 결국 준비하는 자신과 남겨진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따금 내 죽음이 어떤 색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하곤 한다. 아직은 그 색이 무엇일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죽음 준비와 장례에 함께하며 언젠가 그 색을 찾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유종희 장례지도사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장례문화기업 꽃잠의 대표이자, 청년 장례지도사. 불투명한 장례 정보를 투명하게, 조문객 중심의 형식적 장례를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있는 장례식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엔딩 스타일을 선도하고 있다. 무빈소부터 하루장, 가족장 등 작은 장례 서비스 영역을 대중들에게 새롭게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