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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로즈 와일리Rose Wylie의 개인전이 한가람 미술관에서 3월 28일까지 열린다. 마치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처럼, 그녀의 작품은 우리 눈앞에서 때론 위트있게, 때론 희망을 이야기하며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Joe McGorty
이번 전시는 총 7개 관으로 구성됐다. 로즈 와일리 주변 일상의 순간을 모은 1관 ‘보통의 시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모은 2관 ‘필름 노트’, VIP만 입장이 가능한 테이트모던 룸 속 특별 전시작을 전시한 3관 ‘테이트모던의 VIP룸’, 역사 속 이야기와 뉴스를 그림 4관 ‘영감의 아카이브’, 생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설치된 5관 ‘살아있는 아름다움’, 토트넘을 그린 6관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 소녀의 다양한 모습과 자화상이 모인 7관 ‘소녀, 소녀를 만나다’, 여기에 권순학 작가가 재현한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를 볼 수 있는 특별관 ‘아틀리에’까지. 이번 전시는 상당한 규모로 회고전을 방불케 했다.
3관 ‘테이트모던의 VIP룸’에 설치된 Hullo, Hullo, Following-on
7관 ‘소녀, 소녀를 만나다’에 걸린 Black Frock, the Modest Corset(Malevich). 2019, Oil on Canvas, 183 x 312㎝ ©Jo Moon Price
특별관 ‘아틀리에’ 전경
로즈 와일리는 미술계에 75세가 되어서 데뷔한, 늦둥이 신인이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87세가 된 올해까지도 그 어떤 작가보다 왕성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 남동부 켄트의 시골 마을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그녀는 나무와 산딸기로 가득한 자신의 낡은 집과 정원에 머물기를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영감은 자연스레 일상생활이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온다. 매일 듣는 뉴스와 역사, 만화, 스포츠, 유명인, 자연과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 이 모든 것이 로즈 와일리의 붓끝에서 새로운 비주얼로 탄생한다.
Son. 2020, Coloured Pencil, Biro and Collage on Paper, 40.7 x 26.3㎝ ©Jo Moon Price
One to watch, Son. 2020, Coloured Pencil, Pencil, Oil and Collage on Paper, 30.4 x 37㎝ ©Jo Moon Price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작가는 많지만, 로즈 와일리는 이를 직관적으로 그려낸다는 특징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관객 또한 나무로, 코끼리는 코끼리로, 소녀는 보통의 소녀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텍스트도 같은 맥락이다. 즉 로즈 와일리는 오해의 소지 없이 메시지와 감성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만약 전시장을 찾는다면 가급적 캔버스에 쓰인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작가가 관찰한 인물과 사물의 특정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큰 장치이기 때문이다.
Blue, Girls, Cloths I wore. 2019, Oil on Canvas, 183.5 x 325.5㎝ ©Jo Moon Price
Red Painting Bird, Lemur & Elephant. 2016, Oil on Canvas, 183 x 499㎝ ©Soon-Hak Kwon
김이신 <아트 나우>편집장
<아트 나우>편집장. 매일경제신문사 주간지 <시티라이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마담휘가로>를 거쳐 현재 <노블레스> 피쳐 디렉터와 <아트나우>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 아트 컬렉터들에게 현대미술작가 및 글로벌 아트 이슈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8-2019 아티커버리 전문가 패널, 2018-2019 몽블랑 후원자상 노미네이터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