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⑲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이하 The Bean)와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AIC)을 관람하게 될 때마다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인근에 있는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라는 대규모 공원이다. 이곳에서 가장 재미있고 볼 만한(사진 찍기 좋은) 곳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The Bean과 Crown Fountain이다. 아마 이미 많은 분들이 그곳에서 두 작품을 구경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그 작품의 작가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 출처 : wikipedia
The Bean은 사후가 아닌 생존하고 있는 작가로서는 최초로 런던 왕립 미술학교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라는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의 작품이다. 110톤짜리 스테인리스 재료로 만들어진 The Bean은 2004년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영구 설치되었다.
그는 액체 수은에서 영감을 받아, 표면이 마치 금속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뭉쳐지는 듯한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반사하는 형태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의 작품 중 영구적으로 장소가 정해진 첫 번째 작품이다.

애니시 미케일 커푸어(Anish Mikhail Kapoor, 1954-) 출처 : wikipedia
높이 10m, 너비 13m, 그리고 110톤의 거대한 작품이니 한번 설치하면 이동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 것이다. 이 작품이 왜 The Bean이라 불릴까?라는 의문은 작품 앞에 서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형태가 콩의 모양이다. 애니시 커푸어는 자신이 정한 Cloud Gate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고 콩이라고 부르는 것에 무척 불쾌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관객들이 그렇게 부르길 원하는데…
The Bean은 소재 특성상 온도가 올라가면 관람객들에게 안전 문제가 생길 것을, 168개의 스테인리스 철판들의 연결 부분을 없앴다. 그 결과 매끈하게 이어진 스테인리스 철판 조각은 마치 거울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었다.
2004년 밀레니엄 파크 개장 시에는 철판의 이음 자국이 드러난 채로 공개되었지만, 이후 천막을 설치하고 내부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명의 작업자들이 거친 사포와 연마제로 표면을 다듬었다. 그 결과 2006년, 지금과 같은 매끄러운 콩의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정식 제막되었다.
한겨울 영하 30도에서 여름의 영상 40도의 온도차를 보이는 시카고에서 금속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내기 위하여 잘 보이지는 않지만 스테인리스 철강의 이음새가 터지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일명 The Bean 출처 : wikipedia
The Bean은 오목과 볼록이 교차해서 서 있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주변 건물과 하늘, 들판이 다양한 형태로 일그러져 보인다. 이 작품은 외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 정중앙 3.7m 높이로 움푹 팬 옴팔로스(Omphalos: 그리스어로 배꼽)라고 불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더더욱 다양한 형태로 일그러진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항상 관람객들로 가득하며,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참여형의 멋진 포토 스폿이 된다.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 출처 : wikipedia
가능성들(Possibilities) 출처 : 롯데 공식 블로그
그는 그림과 조각뿐 아니라 연극 무대 제작 등 예술의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천후 작가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그의 작품 한두 점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주로 인간의 형상, 언어, 그리고 소통을 주제로 다룬다. 특히 거대한 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격자 구조나 글자들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며, 예술이 전시장 안에 갇혀 있기보다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우메 플렌사 (Jaume Plensa, 1955-) 출처 : South China Morning Post
2006년에 완공한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는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 내에 있는 영상 분수이다. 분수 제작을 위해 천만 달러를 시에 기부한 레스터 크라운(Lester Crown, 1925-2022)의 이름을 따서 크라운 분수라 명명하였는데, 일 년 중 5월부터 10월까지만 LED 스크린과 분수를 볼 수 있다. 그 외의 계절과 운영되지 않은 시간에는 검정 화강암 광장에 세워진 15.2m 높이의 유리블록 기둥만 보인다.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 출처 : wikipedia
이 유리블록에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LED 스크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카고 시민 1,000명의 표정이 물과 빛, 그리고 소리와 영상으로 교차하고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닥에서 4m 위 지점에 구멍이 나 있는데, 바로 시카고 시민 1,000명의 입이다. 그곳에서는 작은 폭포라고 할 수 있는 물이 뿜어져 나온다. 작가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대도시 시카고의 특성을 표현한 것이다.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 출처 : wikipedia
Crown Fountain의 LED 스크린으로 송출되는 시카고 시민들의 얼굴은 신청자 접수를 하고 1,000명을 선정해 특수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제작 과정에서도 참여와 공동체를 강조한 작품이다.
LED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척 낯익은 서민적인 모습이다. 제작 당시 2000년대 초반, 시카고의 지역 사회단체와 대학, 교회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을 촬영했다. 참여자들은 카메라를 향해 약 80초 동안 무표정하게 있다가, 마지막에 입을 오므려 물을 뿜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 출처 : wikipedia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공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본래 이곳은 지저분한 철도 하치장과 주차장으로 방치되어 있던 도시의 골칫덩어리였다. 시카고는 21세기를 맞이하며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벌였고,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초빙하여 이 공간을 가장 창의적인 '예술의 광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