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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17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17

영화 '웡카(Wonka)'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월리 웡카'가 자신의 꿈인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펼치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작품, 영화 [웡카]를 살펴본다.




로알드 달(왼쪽)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판 표지(오른쪽)   출처 : Wikipedia


올해 1월 말 국내 개봉한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같은 아동 문학이 원작인, 귀여운 곰 ‘패딩턴’ 시리즈로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한 폴 킹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진 와일더 주연의 '초콜릿 천국'(왼쪽)과 조니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오른쪽)   출처 : 네이버영화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이미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진 와일더’ 주연의 ‘초콜릿 천국’(1971),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이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가는 작품이라면, ‘웡카’는 ‘윌리 웡카’ 캐릭터만을 가져와 소설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고의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해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녔던 청년 윌리 웡카가 19세기 런던풍의 도시에 도착한다. 천재적인 솜씨와 순수한 마음가짐의 웡카는 자신만의 초콜릿 상점을 세우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웡카는 여관 주인의 사기에 속아 엄청난 빚을 안고 여관에 딸린 세탁소에서 혹독한 노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영화 '웡카' 스틸컷   출처 : 네이버영화


자신과 마찬가지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흑인 소녀 ‘누들’의 도움으로 웡카는 세탁소를 빠져나와 초콜릿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한다. 웡카는 마침내 소원이던 자신의 초콜릿 상점을 개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도시의 초콜릿 상권을 독점하고 있던 슬러그워스와 초콜릿 카르텔의 방해로 인해 웡카는 그동안 이룩한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련을 겪는다. 자신을 도왔던 누들과 친구들마저 곤란하게 만들겠다는 카르텔의 협박에 웡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배를 타고 떠나는 웡카가 움파룸파족의 도움으로 친구들을 다시 규합해 초콜릿 카르텔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다시 상점을 여는데 성공한다는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이 영화의 결말이다.



영화 '웡카' 스틸컷   출처 : 네이버영화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과 앞서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 속 윌리 웡카는 초콜릿을 더 가지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황금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반칙도 서슴지 않는 탐욕스러운 아이와 그 부모를 짓궂은 장난으로 응징하는 일종의 심판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캐릭터는 선과 악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모호한 존재로 그려진다. 앞서 요약한 스토리에서 보듯, 새롭게 재탄생한 젊은 시절의 웡카는 등장부터 결말까지 시종일관 선한 의지를 지닌 도덕적인 모범 그 자체로 존재한다. 원작과는 매우 다른 캐릭터의 재정립이 2023년에 재탄생한 ‘웡카’의 매력이자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웡카' 스틸컷   출처 : 네이버영화


스토리텔링 작법의 대가 ‘로버트 맥기’는 그의 책 ‘캐릭터’에서 캐릭터의 변화 곡선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변화 곡선에 기반한 캐릭터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부족한 상태나 결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도덕적 변화의 정점에 도달하게 된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이 긍정적 변화의 곡선을 따른다.


반대로, 부정적 변화 곡선을 따르는 캐릭터도 있다. 처음에는 결점이 없는 완성된 상태의 캐릭터였으나, 한순간의 실수나 정상을 넘은 욕망 때문에 치명적인 사고를 저지르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몰락하고 결말에 가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이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 리어왕이나 맥베스가 이에 해당한다.


스토리텔링이 진화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작가들은 캐릭터 변화 곡선의 기울기를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하게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초지일관 정직하고 긍정적이며 순수하기만 한 윌리 웡카의 모습은 고전적이다 못해 캐릭터 구축에서의 퇴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웡카'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웡카’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냉혹한 현실을 되새겨 보면 작가가 주인공 캐릭터를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직한 인물로 설정했는지 짐작이 간다. 희망을 품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젊은 청년 웡카를 경제적 빚이라는 족쇄로 채우려는 기성세대와 자신보다 나은 재능을 담합과 권력기관과의 유착으로 제압하려 하는 독점 카르텔 기업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서 군림하고 있는 기득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들과 맞서면서도, 의아할 정도로 순수하고 이타적인 윌리 웡카의 모습이 이 작품의 주 관객층인 아이들에게 작가가 제시하고픈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이 결말에 가서 부르는 ‘pure imagination’이 미래세대에게 들려주는 응원곡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 '웡카' 메인 예고편 감상




'Pure Imagination' Movie clip




Timothée Chalamet ‘Pure Imagination’ 가사 번역




김경모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