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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16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16

드라마 '더 캡처(The Capture)'



영국의 한 군인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다음 날 자신의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고, CCTV 증거에 맞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드라마 [더 캡처]를 살펴본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다. 인간처럼 학습하고, 사고하며, 듣고 말할 수 있는 지능에 관한 연구는 그래픽처리반도체(GPU)의 비약적인 발전과 이를 이용한 딥러닝 방식의 적용을 통해 마침내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을 세상에 내놓았다.


스스로 학습한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글을 쓰고, 업무를 처리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이 인공지능의 걸음마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출처 : sas.com


지식노동 분야에서 빠르게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자동차, 로봇 등과 결합하여 그동안 인간이 해왔던 거의 모든 분야를 빠르게 대체하리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효과와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소멸시키기로 결정할 것이라는 SF영화에서나 봐왔던 디스토피아가 실제로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우울한 예측이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에 해당한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부작용도 존재한다. 바로 딥페이크다.



드라마 '더 캡처'   출처 : peacocktv.com


딥페이크(deepfake)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영상 이미지 합성 기술로,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영화의 CG처리처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총칭한다. 과거 인물의 사진이나 영상을 조악하게 합성해 게시하던 것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정교해진 기술로 인물의 모습과 목소리까지 똑같은 형태로 재현할 수 있다.


현재 딥페이크는 작게는 유명인을 카피하여 모금을 끌어내는 사기, 크게는 미 대통령 조 바이든의 가짜 동영상 유포와 같은 사이버 정치 테러까지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더 캡처' 포스터   출처 : IMDb


BBC를 통해 2019년 방영된 영국 드라마 ‘더 캡처’는 이 딥페이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동전쟁에 참전했던 영국 군인 숀 에머리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된다. 기쁨도 잠시 바로 그날 밤, 자신의 변호사였던 해나를 폭행, 납치,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숀은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지만, 놀랍게도 공공 CCTV에 찍힌 범행 영상이 발견된다. 누명을 쓰게 된 숀은 누군가의 음모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사건을 맡게 된 경찰 레이첼은 숀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숀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발견하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드라마 '더 캡처' 스틸컷   출처 : wavve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숀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배경에는 AI를 이용한 딥페이크와 영상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국가와 사회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를 처벌하려는 가상의 비밀 조직 ‘교정’과 그 과정에서 범죄자로 몰려 처벌받게 된 피해자들이 모인 조직의 대립이 있음이 밝혀진다.


진실이 드러나면서, 작품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시청자에게 던진다. AI가 본격화된 시대에 우리는 보고 듣는 경험의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가? 다수의 안녕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강요되어도 좋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범람하는 디지털 정보 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드라마 '더 캡처' 스틸컷  출처 : IMDb


자신이 속한 집단과 입장에 따라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경찰 레이첼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사라지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탈진실의 사회일수록 개인이 가진 도덕성과 윤리에 기반한 올바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 작품은 시즌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즌2에서는 정치와 미디어에서의 딥페이크 조작과 AI 인공지능에 의한 여론 조작 가능성 같은 매우 현실적이며 이미 벌어지고 있는 소재를 통해 다가올 AI시대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있다.


# ‘더 캡처’는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더 캡처' 예고편 보러가기





김경모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