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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피플
2021-09-03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토록 한 마음 한 뜻으로 염원한 일이 있었을까. 전례없이 이어지는 팬데믹은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가족의 모습도 변화 속에 있다. 애틋하고 끈끈하지만, 때론 멀게도 느껴지는 그 이름 ‘가족’. 이제는 가까운 안과 밖을 돌아봐야 할 때다.


이번 달 에덴미디어는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김선일 목사를 만났다. 그는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전도학 박사로 수학 후, 전도학자로서 신학과 목회를 잇는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 중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전도’는 에덴낙원과도 관련이 깊다. 책 서문에 따르면 김선일 목사는 에덴낙원의 곽요셉 이사장으로부터 처음 ‘가족전도’의 개념을 제안 받아 가족전도 공동체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경험과 연구에 관한 글이 출간까지 이어진 것이다. 에덴낙원이 가족 안에서 신앙의 유산을 잇는 기독교적 안식과 추모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이 책은 가족 공동체를 건강하게 키워 나가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 있다. 2018년엔 출간 기념 에덴낙원 ‘라이브러리 토크’ 강연이 열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우리 사회와 가정의 모습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자리잡은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방향, 기억해야 할 점에 대해 짚어 보기로 했다. 책의 마지막 문단에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에덴낙원 부활소망안식처에서. 사진: 김정한


‘물론 혈육의 가족은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가족은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더 큰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는 항구와 같은 곳이어야지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복음을 위하여 가족을 버리라. 그러면 우리 가족의 주인이신 예수 안에서 진정한 가족을 얻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 전도> 중에서-



Q. ‘복음을 위해 가족을 버리라’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기독교적 원리에서 가족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항상 가족 간의 관계가 예수님께서 교회를 위해 자기를 내어주심 같이 하는 거라고 본다. 내가 원하는 걸 반영시키는 게 아니라 가족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고 또 하나님께 어떤 무슨 은사를 받았는가를 존중해주고 돕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크리스천 가족, 가정에서 가장 첫 번째 원리라는 뜻이다.


Q. 원래도 쉽지 않은 일인 데다 코로나는 가족 간에 어려움을 보탠 것 같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가족 간 희생과 존중, 신앙에 대한 것은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본다. 늘 그리운 가족, 함께 지내면 당연히 좋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것이다. 어떻게 서로 존중하고, 소통할 지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가족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가족 구성원 다 개별자로서 자기의 취향, 가치가 있고, 이걸 함부로 침해해도 된다고 여기면 안된다. 에베소서 5장 말씀에서의 복종하고 섬기는 것.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희생의 원리는 가족이 나를 위해 희생해 주길 바라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 내 아내를, 자녀를, 그들이 원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하는 개념이다. 이게 성경이 말하는 사고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코로나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한국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변화시킨 것이다. 우리는 겉으론 가족은 늘 화목하고 애틋하다고 여기지만, 아닌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이번 기회에 가족이 낭만적인 단어만은 아님을 알게 된 거다. 그리고, 이건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가족 와해의 조짐은 전부터 있었다.


Q. 가족 와해에 대해 더 말씀 부탁드린다.

우선, 이제 여성의 삶이 전보다 훨씬 주체적으로 바뀌면서 가족의 역할, 형태가 많이 바뀌고 있다. 비혼, 저출산 등으로 가족의 연결고리도 점점 끊어졌고. 전통적인 생물학적 혈연가족만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할 수 없게 되면서 체계가 무너졌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는 게 하나의 큰 흐름이 됐고, 그들을 이해하고 끌어안을 장치도 필요해졌다. 여기에다 기존의 혈연가족 조차 코로나로 인해 생각지 못한 위기가 생긴 것이다.




전도로 통하는 소통과 교제에는 자기 고백과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 김정한



“기다려주는 것은 자녀에 대한 믿음인 동시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Q. 이 부분에서 어떤 해결 방안이 있을까.

젊은 세대도 굉장히 괴롭고 힘든 부분이 있다. 그들의 삶의 이슈에 대해 신앙은 무슨 말을 하는가, 그걸 알려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의 고민과 관심사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나눠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신앙으로 인해 함께 행복했고, 회복과 평안을 경험한 가족일수록 자녀들이 신앙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로부터 신앙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본 자녀들일수록 신앙이 이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그게 중요하다. 신앙을 가지는 것으로 내 삶이 어떻게 의미있게 변화됐는가. 가족 간에 그런 주제의 대화가 필요하다. 또, 가족 간에 특히 부모님의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윽박지르거나 교정하려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 자녀들은 내용이 아닌 태도를 본다. 함께 경험과 신념, 가치관을 동등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그 마음을 이끄시는 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기다려주는 것은 자녀에 대한 믿음인 동시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Q. 가족이 아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관건이라는 말씀 같다.

맞다. 낯설게 하기, 경청하기, 섬기기, 가족의 필요를 먼저 알고 봉사하기…. 이런 것이 어떤 면에서는 좀 소극적인 태도인 것 같지만 작은 변화가 어느 정도만 지속되면, 가족들은 금방 그 진정성을 안다. 무심했던 남편이 갑자기 살갑게 얘기해 주고, 날 위해서 뭔가 해주면 딱 안다. ‘어 왜 그럴까.’ 가족은 본능적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성품을 통한 전도’라 하는데,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가족 간에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한편으로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또한, 즐겁다. 익숙한 것을 떨쳐버리는 고통이 있지만, 결국 변하고 나면 가족도, 자신도 성취감이 생길 것이다.


Q. 가족 전도의 중심은 전도일까, 가족일까.

중요한 이야기다. 첫째로 지금까지 말했 듯, 가족을 무조건 내 편이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두번째, 가족을 전도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전도 공식이 있다. 전도지를 다 외워 설명하고 영접기도를 받는…. 그걸 대입시키지 말자는 거다. 전도라는 것은 영혼의 보살핌이라고 본다.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혼의 교제를 통해서 자신을 부르시는 그리스도께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영혼을 돌보고 그리고 이따금 필요할 때, 내가 믿는 신앙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뿐이다. 결국 그 사람을 이끄는 것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통념적인 전도 공식에 대입시킬 문제가 아니다. 물론 마지막에 충분히 교감이 된 후에는 적극적으로 교회에 가길 권하고, 목사님을 뵙는 마지막 최종 이벤트가 필요하긴하지만, 그건 거의 다 왔을 때 얘기다. 그리고, 여기서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위기들이 오지 않나. 그럴 때 정말로 도움이 되고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가족이다. 가장 힘들 때 나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 그게 굉장히 크다. 지적으로 깨닫거나 할 필요 없이 의지할 존재가 필요할 때 자연히 신앙으로 나오게 된다. 그때를 기다리면 된다.



김선일 교수는 가족이 이어지는 '제3의 장소'로 에덴낙원의 가능성을 보았다. 사진: 김정한



‘중립적인 곳, 서로 편하게 교제할 수 있는 제 3의 장소’



마지막으로 김선일 교수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제안한 ‘제3의 장소(3rd place)’의 개념이다. 우리에게 제1의 장소가 집, 그 다음이 직장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중립적인 곳, 서로 편하게 교제할 수 있는 제 3의 장소다. 이 것이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장소라는 건데, 그는 에덴낙원이 가족들에게 있어 제 3의 장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가족이 많이 흩어져 있고, 이들을 모아줄 장소가 필요하다. 이런 장소는 우선 편안해야 한다. 보통 남의 집 가면 집주인은 준비해야되고, 가는 사람도 약간 마음에 부담이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에덴낙원이 모두에게 중립적이고,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또, 신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가족이 고인을 기억하면서 함께 좋은 교제도 나눌 제 3의 장소로 기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쉽지 않은 전도와 교제, 소통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족의 스토리는 어디서나 솟아나고 깊어지는 치유와 회복의 탄력성이 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제 3의 장소, 에덴낙원과 같은 좋은 통로도 존재한다. 결국, 김선일 목사의 말대로 기도하는 우리의 진심은 가족에 대한 믿음,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통하게 되지 않을까.

황은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

에디터, 기자, 에세이스트. 언론을 전공하고 매거진, 일간지 등 매체에서 일했다. 현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며 기억될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든다. 2021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