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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에세이
2021-03-05

편안한 죽음과 두려운 죽음 사이에서



죽음이란 그저 나쁜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해결되지 않을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 두려움을 버릴 기회가 있다면 방법은 바로, 삶 속에서 죽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 높아진 웰다잉에 대한 관심 속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잘 죽을 수가 있습니까? 내가 여태 살아봤지만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지난번 경기도 소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 웰다잉프로그램 첫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팔순쯤 보이는 어르신이 던진 일갈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충고 또는, 젊은 사람이 얼마나 알고 있기에 어른들에게 죽음에 대해 강좌를 하느냐고 혼을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좀 힘들게 진행이 되겠구나! 아직 웰다잉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계시는구나!’ 순간 긴장이 되면서 어떻게 진행을 하면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후회 없이 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들쑥날쑥하였다. 그때 각당복지재단 김옥라 전 재단이사장의 말씀이 떠올라 조금 위안이 되었다. “죽음에 대하여 누구라도 강사가 되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은 없으니까!”. 자신의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두려움에 주변 사람들에게 거친 말을 하면서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바로 그들의 삶의 방식 또는 태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데 미리 죽음에 대하여 알아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 죽음과 관련한 프로그램이기에 내용이 지루하거나 참여한 노인들에게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선입관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웰다잉프로그램은 죽음보다는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함께 고민해 보고 자신을 탐색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자신의 생애를 뒤돌아보면서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의미를 찾는 것이 웰다잉의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지금까지의 살아온 삶을 후회 없이 수용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죽음에 대한 불안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자아통합 달성은 노인으로 하여금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과 삶의 지혜를 갖게 한다(Erikson, 1982). 심리학자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은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 중 마지막 노년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을 의미 있게 정리해 나가는 자아통합을 통해 완성된다고 보았다. 편집자 주.


노인 대상의 웰다잉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 남아 있는 삶을 잘 살고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교육이다. 우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진솔하게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생명이 다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적어봄으로써 새 희망을 발견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화해와 용서할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게 해준다. 참여를 통해 많은 어르신들이 사소한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 상황에 큰 힘이 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고마움을 표현한다. 또,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기억과 인생 스토리를 공유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다 보면 마음에 여유도 생기는 장점이 있다. 집단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수업 중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한다. 처음 발표할 때는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어하는 모습이 있지만 회기가 지날수록 열정적으로 말씀을 이어간다. 점차 슬픔보다는 웃음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한다. 강사는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발언 시간을 잘 배분하여 참여를 돕고 매시간 유익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교육은 보통 8회기로 구성되어 마지막 시간에 수료증 전달과 간단한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지는데, 처음의 분위기와 달리 대부분 ‘고맙다, 복지관에도 이런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이제 죽음이 무섭지 않다. 알려주신 것을 실천도 해 보겠다.’ 등 좋은 피드백이 많다.




웰다잉에 관심이 많은 경우 이처럼 여러 기관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혹은 SNS를 활용하여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다. 다만, 요즘은 코로나 19로 대면교육이 원활하지 않아 스스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자신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즉각적으로 필요한 의료조치와 병원에 입원하는 것, 그리고 장례를 떠올릴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아 있는 소중한 가족과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또, 자신이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과 그동안 자신의 성장을 위한 노력한 것들도 생각날 것이다. 이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말기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요구를 기록함으로써 자신과 가족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여러 기능을 미리 알아보고 자신의 장례방식, 장례 절차 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생각을 조합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한 다음엔 가족과 대화를 시도해 본다. 이때 생각을 가볍게 전달해 보고 가족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가족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갑자기 죽음에 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녀에게 알려주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웰다잉 교육은 스스로 과거,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위한 삶의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이다. 이 과정에서는 자신과 가족, 지인과의 의견 차이, 갈등을 해소하고 잘 이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최종적으로는 삶에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를 통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많아도 직접 노력하지 않는다면 통합된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만약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조환 소장 웰다잉문화연구소 소장

2007년부터 웰다잉에 관한 칼럼, 강의를 통하여 죽음준비교육의 중요성을 전해왔다. 노인 대상 웰다잉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을 위한 죽음준비교육 연구 자문,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수의 웰다잉 교재와 더불어,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이별(2011, 하서출판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