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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세기 예술로 가득한 베니스의 아름다운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Peggy Guggenheim Collection)



이탈리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베니스 시내를 가로지르는 대운하와 인접해 있는 팔라초 베니에르 데이 레오니(Palazzo Venier dei Leoni)에 위치해 있다. 피카소, 잭슨 폴락, 르네 마그리트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와 미술, 건축이 어우러져 고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소개한다.



베니스에서 여행을 하며 버스를 타면(물론 버스급 선박을 의미) 바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몇 번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건물이 뻔히 보이는데도 버스 정류장이 양쪽으로 거리가 꽤 멀어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학생들과 미술관을 다니다가 가는 방법을 검색해서 안쪽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다리를 몇 번 건너서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구경하고 드디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티켓을 구입하고는 스스로 엄청 감격했던 기억이 있다. 이곳은 마음먹고 찾아가기 전에는 그저 외관만 보며 지나치기 쉽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 : guggenheim-venice.it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 세계 여러 곳에 있고 지금도 그 프랜차이즈 네임으로 미술관을 짓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 구겐하임 아부다비미술관(2026년 완공 예정)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이다. 또한 폐광산으로 버려졌던 도시에 미술관 하나를 건축하여 신화처럼 부활, 전 세계 도시관련 전문가들의 연구대상이 되었던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그리고 가장 먼저 세워진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Peggy Guggenheim(1898-1979)   출처 : guggenheim-venice.it


페기 구겐하임은 광산업으로 대부호가 된 스위스계 유대인 마이어 구겐하임의 친손녀이다. 그녀는 미국의 현대미술의 발화를 이끈 사람으로 알려진다. 화가도 예술인도 아닌 그녀가 미국 현대 미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구입하며 그들의 작업을 후원한 것이다.


심지어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히틀러로부터 퇴폐 미술가로 탄압받던 현대미술화가들의 미국으로의 비밀 망명까지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녀가 발굴하고 작품을 구입하였던 대표적인 작가로는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이 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Peggy Guggenheim in Paris, 1940   출처 : guggenheim-venice.it


페기의 아버지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침몰 사고 시 다른 사람들에게 구명정을 양보하고 물에 빠져 사망한 벤자민 구겐하임이며 그녀의 큰 아버지는 솔로몬 구겐하임이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유산을 상속받게 되지만 다른 부유한 상속받은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책과 지식인들을 만나며 유럽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파리로 유학을 간 그녀는 본격적으로 그동안 배워온 유럽 미술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그녀를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이끌었던 사람은 현대미술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하는 마르셀 뒤샹이다. 페기는 뒤샹의 조언을 들어가며 미술작품 구매를 시작하였다.


당시 파리에는 유대계 미국인 거투르드 스타인(이 미술관 시리즈 원고 1편에서 다룬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등장했던)이 현지 문화계 인사들의 대모 격으로 예술인들을 후원하고 살롱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페기는 거투르드와 같은 역할과 위치를 흠모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2차 대전 발발과 동시에 파리에서 급전이 필요한 젊은 현대미술,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하루에 한 작품씩 사들이고 그들의 망명을 도왔던 것이다. 그렇게 모았던 수백 편의 그림을 루브르에 보관을 요청했지만 정작 루브르에서는 현대 미술작품을 보관해 줄 수 없다고 거절하였고 그녀는 자신의 귀국 이삿짐 속에 그림들을 몇 장씩 의복과 침구류 속에 넣어서 밀수하듯이 미국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금세기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페기 구겐하임의 컬렉션(1942)   출처 : guggenheim-venice.it


1942년 뉴욕에서 금세기 미술관(Art of this Century)을 개관하고 그녀의 컬랙션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잭슨폴락의 작품을 접하게 되고 화가 몬드리안으로부터 미국에서 본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그의 작품들을 사들이고 목수일로 그림에 몰두하기 힘든 폴락에게 한 달에 300불씩 생활비를 지급하며 작품활동을 격려하였다. 페기는 자신이 한 일중에 최고는 잭슨 폴록을 발견하고 그를 후원했다는 것이며 두 번째가 아트 컬랙터가 된 것이라고 자서전에서 언급한 바 있다.



페기 구겐하임:아트 애딕트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2017년에 ‘페기 구겐하임:아트 애딕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발표되었고 한국에서도 상영된 바가 있다. 이 다큐를 시청하면 여러분들은 베니스에서 절대 이 미술관을 놓칠 수가 없을 것이다. 미술관의 전시된 작품들의 소유권은 뉴욕의 솔로몬 구겐하임으로 이전된 것이지만 전시는 이곳 페기 구겐하임에서 한다는 것을 명기해 놓은 명판을 볼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의 무덤과 돌의자   출처 : 작가 제공


페기가 1951년에 구입하여 사망한 1979년까지 거주하던 저택을 미술관으로 오픈한 것인데 베니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넓은 정원과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그녀의 무덤을 볼 수 있다. 생전에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돌의자에 앉아 볼 수도 있다.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Alchemy"



Jackson Pollock(1912-1956)   출처 : Hans Namuth


미국이 유럽 미술의 주도권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몇 명의 화가들을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후원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잭슨 폴락이다. 추상 표현주의에서 액션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물감을 뿌리고 흘리며 대형 화면을 채우는 작업인데 작업과정의 행위 자체를 예술의 경지로 진입시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오랜 세월 창작 작업을 하지 못하고 44세에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을 한다.



Alchemy(1947)   출처 : guggenheim.org


그는 대중이나 평론가들이 그의 작품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리며 과연 그가 제대로 된 스케치는 할 수 있는지 의심을 하고 조롱하는 것에 지쳐서 약물과 술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페기 구겐하임에 몇 점의 잭슨 폴록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Alchemy는 그의 최초의 드리핑 액션 페인팅 작품이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Empire of Light"



René Magritte(1898-1967)   출처 : Wikipedia


벨기에가 가장 자랑하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 사조의 대표화가이며 그의 작품은 상업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수많은 변주를 낳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도 신세계 백화점 내부공사때 전체 가림막으로 상당히 오랜기간 사람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를 보며 명동 길을 다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외에도 통신사라든지 여러 기업에서(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광고영상이나 디자인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알쏭 달쏭한 그림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데 페이즈망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작품에서 표현하는데 쉽게 말하면 아주 익숙한 오브제를 전혀 상상이나 매치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 만나게 하는 기법으로 단어와 현상에서도 적용한다.



Empire of Light(1953-1954)   출처 : guggenheim.org


빛의 제국은 르네 마그리트가 사망 전까지 총 16개의 레플리카를 만들었는데 그중 한 점이 이 곳 페기 구겐하임에 전시되어 있다. 어두운 밤 저택에서 신비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데 정작 주변은 환한 대낮이고 심지어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떠 있다. 페기 구겐하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마그리트가 페기에게 선물한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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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소개 영상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